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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06 블로초 움베르토 마투라나 - "있음에서 함으로"

 있음에서 함으로 - 베른하르트 푀크르젠과의 대담, 인지생물학의 거장 움베르또 마뚜라나가 선언하는 인지 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 다알로고스총서 3  움베르토 마투라나 지음, 서창현 옮김
인지생물학의 세계적 거장인 칠레의 생물학자 움베르또 마뚜라나가 독일의 저널리스트 베른하르트 푀크르젠과 나눈 대담집이다. 대화와 문답의 방식으로 인지생물학의 기원과 전개과정, 영향관계 등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학, 철학, 일상생활의 윤리를 넘나들며 마뚜라나의 '삶'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인 성찰을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감으로써 살아가는 세상을 내어 놓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바로 그것을 해야합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338)



구성주의(Constructivism)은 한국에서 크게 소개되지 않은 학문 영역입니다. 교육학쪽에서는 구성론이 상당히 많이 활용되는데 반해, 기타의 학문 영역에서는 아주 생소한 학문으로 남아있죠. 구성론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사회적 구성론(Social Constructivism)과 급진적 구성론(Radical Constructivism)이 그것인데, 제가 아는 것이 적어서 구체적으로는 설명을 못드리겠습니다. 다만 급진적 구성론은 어떤 사람들은 "근본적(Radical)" 구성론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Radical Constructivism에서는 진리와 인식은 철저하게 인간들의 행위에 의해 재구성된다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서양 근대철학의 질문은 '진리란 무엇인가?'(존재론) '나는 진리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인식론)의 큰 두 축에서 전개됩니다.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데카르트는 의심하고 의심한 끝에 '의심하는 자신'은 의심할 수 없다는 출발점을 만들지요. 사실 지금에 와서는 매트릭스 같은 영화 하나만으로도 혹은 신경생리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약물 하나로도 데카르트의 '생각하는 자아'를  가볍게 비판할 수 있지만, 진리에 접근하기 위해 의심할 수 없는 근거를 만드는 작업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지요. Radical Constructivism에서는 그런 질문 자체를 우습게 생각합니다. 문제제기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지요.

복잡하고 자신없는 이야기라 이쯤에서 멈추는게 좋겠네요. 어쨌든 이 책은 현대 교육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 삐아제나 인류학자이자 사이버네틱스 학자인 그레고리 베이트슨, 생물학자인 프란시스코 바렐라, 인공지능의 대부인 마빈 민스키 등과 함께 Radical Constructivism의 대가라고 불리는 움베르토 마투라나의 최근 저작입니다. 위 사람들의 저작은 거의 번역이 되지 않았거나 혹은 번역이 되었어도 대부분 절판된 상태라서 더더욱 공부하기가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공부를 하려고 자료를 뒤져봤는데 많이 없더라구요.

그런데 다행히 굉장히 쉽게 쓰여진 책이 나왔네요.  "있음에서 함으로" (From being to Doing)라는 제목 자체가 상당히 도발적입니다. 플라톤 시대 이래 서양철학에서 끊임없이 물고늘어졌던 존재(Being)라는 문제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니까요. 대담 형식으로 쓰여져 있어 읽기 쉽고, 마투라나의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간만에 좋은 책을 읽었네요.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래는 제가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저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인 표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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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감옥이 아닙니다. 언어는 하나의 존재 형식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이자 방법입니다. '언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라는 단순한 표현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다른 공간이, 즉 언어를 넘어서는 어떤 공간이-설령 그곳에 결코 다다를 수 없다 할지라도-존재한다고 믿도록 만듭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45) ~~~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고 사건과 그것의 결과들에 대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메타 수준' 위에서 작동을 수행합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124)


진실을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실재에 준거하는 것입니다. 권력, 지배 그리고 통제에 기초를 둔 문화에서, 그것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사물에 대한 그 자신의 견해에 복종하도록 강제하는 것에 정당성을 보여해줍니다. 그렇지만 실재에 다가갈 수 있는 단일한 특권적 접근권이 없으며, 지각과 환각이 체험의 현실적 과정에서는 구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인간이 '일이 이러이러하다'라고 주장하기 위해 어떤 기준을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발생합니다. ... 이러한 타당성은 권위와 무조건적 정당성을 '주장되는 것'에 넘겨줄 것이고, 그리하여 복종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61-65)


관찰자들이 행위의 적절함을 규명하는 방식으로 유기체들과 환경들의 상호작용을 해석합니다. 그리고 바로 관찰자들이 관찰된 체계들의 행동의 적절성과 적합성을 근거로 하여, 그 체계들이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 행동들이 인지적 작용을 함축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생명의 유지는 지식의 표현입니다. 존재영역에서의 적절한 행위의 표명입니다. 아포리즘의 형태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살아 있는 존재들의 삶 속에서, 삶은 앎을 수반하고 앎은 삶을 수반한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106-107)


행위의 조정에 대한 조정.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144) '행위들의 조정의 조정에는 하나의 순환[재귀]가 있다. 이것은 그 이전의 적용의 결과들에 적용되는 주기적인 작동이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145)


우리가 행위의 순환[재귀]적인 조정, 즉 행위의 조정의 조정에서의 흐름과 마주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적 즉 언어가 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이것은 언어가 정보 전송의 수단이 아니라 그리고 소통 체계가 아니라 '행위의 조정들의 조정'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이자 방법임을 드러내 줍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146)


'내가 볼 때 지능은 어떤 특정한 활동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유연하게 그리고 내적 조형성을 가고서 움직일 수 있는 보편적인 역량이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222)


그 당시 MIT에서는 정보 개념이 중심적이었지 순환성이라는 생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와렌 맥쿨로치가 유기체가 자신의 매개체로부터 어떤 피드백을 수용한다고 진술할 때, 나는 이것을 순환성에 대한 완전한 표명으로 간주할 수 없습니다. 만일 유기체와 매개체를 이런 식으로 서술한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각각 분리시킨 것입니다. 유기체가 무언가를 발생하도록 야기하고 그래서 그것의 매개체로부터의 어떤 피드백을 수용한다는 생각을 따르는 이러한 종류의 생각은 선형적인 관계의 두 양극 사이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과 유사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은 거짓 순환성입니다. .. 내가 순환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은 하나의 완전한 순환적 존재인 매개체와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유기체의 순환적 동학'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241~243)


이러한 관찰하는 아웃사이더의 역할을 연기하는 사람들은 가장 공평한 종류의 삼중보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체계의 내부를 보고 그것의 구성요소들과 그것들의 상호관계들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체계가 상호관계들의 영역 속에서 하나의 전체로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영역이 이번에는 '메타 영역' 안에서 내적인 관계들의 영역과 관련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253)


권력은 복종이 있을 때에만 출현합니다. .. 우리는 어떤 것-생명, 자유, 재산, 직업, 관계 등등-을 지키거나 구하기 위해 타자들에게 권력을 부여합니다. '권력은 복종을 통해 탄생한다'라는 게 내 주장입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279)


존재의 근본적인 조건은 신뢰입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321)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감으로써 살아가는 세상을 내어 놓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바로 그것을 해야합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움베르토 마투라나]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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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6 21:31 2006/09/0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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