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조금 불안한 상황이었습니다.
촛불을 든지 두달째,
상황은 변한 것이 없고 사람들은 조금씩 지쳐갑니다.
정부는 굴복할 생각을 하지 않고
드디어 폭력진압을 카드로 꺼내어 들었습니다.
폭력진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폭력으로 또 다른 폭력을 유도하여 사람들을 고립시키려는
그런 눈에 뻔히 보이는 전략에도 사람들은
어쩌면 그 전략에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더 나아갔다면 아마도 우리는
물리력 대 물리력이 맞서는 상황을 나가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모두가 자체하며 잘 지켜왔지만
더 이상 화가난 사람들을 말릴 방법이 없어
일부 사람들이 폭주하는 그런 상황을 지켜봐야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다시 폭력의 악순환 속에 사람들은 더 지쳐가고
어느 순간 정당성이 무엇인지 희미해져가는 상황 속에
일부는 거리에 남고 일부는 다시 침묵 속으로 빠져드는
패배적인 상황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사제단이 나서주셨습니다.
폭력을 들이밀던 정부를 제압하고
사람들을 다독여 주셨습니다.
저는 늦게 가느라 직접 듣지 못했지만
"여러분 외로우셨죠? 이제 저희가 왔습니다"
라는 멘트를 하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 상황을 저리 잘 꿰뚫고 있었던가?
이 마음들을 저리 잘 알고 계셨던가?
청와대가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러 반대쪽으로 가자는 그 말로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해야하는지를 다시 한번 명확하게 짚어주었습니다.
온전히 사제단의 힘으로, 신부와 수녀님들의 힘으로
사람들은 쉴 곳을 찾았습니다.
잠시 쉬면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목표를 돌아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렇게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광장에 거리에 나가 있지 않으면 그 불안했던 마음을
잠시나마 놓을 수 있었습니다.
사제단이 없었다면 폭주해버렸을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비폭력의 길로 다잡아 주셨습니다.
이 땅의 민주화에서 늘 어려운 순간에
손을 내밀었던 신부님과 수녀님들께
정말로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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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01 블로초 사제단 신부, 수녀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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