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이란 서로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일련의 사건, 현상, 심리 등을 하나로 묶어내어 사고하고 표현하기에 편리하게 하기 위한 장치이다. 어떤 개념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어떤 현상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고 그것을 쉽게 범주화하거나 다른 것과 구분해낼 수 있게 된다. (ex : 에스키모 족들의 눈에 대한 수십가지 이름들)
그런데 종종 개념들이 주는 잇점 - 범주화하기, 단순화하기, 구별짓기 등을 통한 인지적 편리함- 때문에 오히려 못보게 되는 것 혹은 더 나아가 왜곡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즉 현상을 "집합'화 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집단화'해서 일괴암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개념들. 그리고 아마도 많은 경우 그런 용어들이 채택되는 것은 비의도적인 실수라기보다는 그 현상을 보지 않으려거나 혹은 그 현상을 은연중에 무시하려는 혹은 그 현상과 반대되는 또 다른 어떤 현상, 경향을 부각시키려는 (무의식적) '의지' 혹은 개인적인 성향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알튀세의 '이데올로기'론은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대한 개인들의 (자발적) '심리적 동조화'를 설명하는데에는 대단히 뛰어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심리적 동조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현상들마저도 모두 '이데올로기'화된 현상으로 보게 만듦으로써 다양한 현상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심리적 동조화"처럼" 보이는 현상은 한편으로는 진짜 심리적 동조화가 일어난 것일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유형/무형의 압력/협박/폭력에 따른 공포에 의한 강제적인 동조화일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동조화하지 않을 때 오는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한 위장일 수도 있고 정보의 부족에서 오는 판단착오일 수도 있다. (정보의 부족 혹은 잘못된 정보에 의한 인지적 혼동과 판단 착오는 지금까지 거의 거론되지 않았지만, '심리적 동조화"현상"을 만들어내는 대단히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개념은 늘 사건을 뒤따라 온다. 일련의 사건의 맥락들을 잘 내포하고 있는 개념들은 그 맥락에서 벌어지는 미래의 사건들을 예견할 수 있게 만들지만, 미래의 사건들은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만큼이나 다른 맥락들을 내포하고 있기에 늘 과거의 개념들을 비껴간다.
개념이 가지는 함정은 그 개념이 무엇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 특정한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들을 못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Q : 개념의 한계를 벗어나는 개념화 방법이 있을까? 아니면 항상 존재하는 개념의 함정을 경계하는 태도의 문제로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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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08 블로초 개념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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