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Corp가 마이스페이스를 인수한 건 일대의 사건이었다.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이 거금을 투척하여 Social Network를 산 것도 그렇지만, 폭스사의 컨텐츠들을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유통시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아하! 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수 밖에... 더구나 마이스페이스가 구글과의 제휴를 통해 인수비용을 훨씬 넘는 금액을 선금으로 받았을 때 마이스페이스의 비즈니스적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사그라드는 듯 했다. 이제는 가입자 1억명을 넘었으니 SN의 성격 상 난공불락의 성을 쌓았다고 봐야 할까? 서비스적으로 마이스페이스가 계속 Long Run할 수 있을까? 주기적으로 터져나오는 마이스페이스의 성공 소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딴지를 걸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
한 때 싸이월드에 '조직 아저씨들'의 미니홈피가 생겨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형님?'이라는 특유의 방명록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들이 싸이월드에 진입했던 건 인맥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싸이월드가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인맥 플랫폼이다보니 가장 강하고 끈끈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조직 아저씨들'이 이 공간으로 진입하는 건 당황스러우면서도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이들이 싸이월드에 진입한 것은 싸이월드를 이용해 혹은 싸이월드 내에서 범죄를 저지르려는 것이 아니라 인맥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아침마다 형님에게 특유의 문안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온라인 세계에 커밍아웃한 이들은, 싸이월드 입장에서는 비록 비호감일지라도 서비스를 위협하는 Noise는 아니었던 것이다.
마이스페이스는 사정이 다르다. 가입자 1억명이 넘어가는 마이스페이스에 범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청소년 매춘, 마약 판매 등등... 마이스페이스의 오픈된 SN이 범죄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SN이 인구수에 육박할수록 더욱 현실세계를 닮아간다는 사실에 비추어본다면, 마이스페이스가 계속 '놀만한' 공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10대 문화 취향인 마이스페이스에 30대가 더 많이 활동한다는 최근의 보도가 달갑지 않은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싸이월드의 P2P 네트워크는 폐쇄적이지만 그만큼 강한 필터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싸이월드에 구축된 오프라인 인맥의 시선도 시선이려니와, P2P에 기반한 개인들의 자발적이고도 무의식적인 필터링은 겨우(?) 광고나 스토킹, 댓글공격 정도의 '악의'를 허용할 뿐이다. 이에 비하면 마이스페이스에서는 서비스의 원래 목적을 벗어나 서비스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의도와 행동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마이스페이스는 서비스 내적으로 그것을 필터링할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필터링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내 경험으로도 초중고 12년 * 60명이고 대학교 때 만났던 사람들, 그 이후에 알게 된 사람들을 따지자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왔던 사람들은 최소한 천명이 넘는다. 그런데 그 중에서 지금도 계속 만나는 사람은?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계속 사람들을 필터링한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 몇 명, 대학교 때 친구들 몇 명,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 몇 명과 지난번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한 두명... 나의 성향과 관심사와 이해관계와 경제적 여건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우리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걸러낸다. 아주 친한 사람 4-5명, 친한 사람 12명, 아는 사람 150~200명이라는 SN의 법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적용되는 룰이다. 사람을 유달리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상을 넘어서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지속할 물리적 시간도 정신적 여유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인맥을 필터링한다. 인맥 필터링에 걸린 대표적인 서비스가 아이러브스쿨이다. 아련한 추억을 쫒아 과거의 인연들을 만난 것까지는 좋은데 그 어떤 이유들로 60명을 모두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을 때, 그리고 옛 추억을 방해하는 보험사 직원, 자동차 외판원들이 등장하는 시점부터 아이러브스쿨을 방문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필터링 된 인맥들이 은근슬쩍 삼삼오오 다음카페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SN에서 인맥필터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마이스페이스는 Long Run할 수 있을까? 물론 미국과 한국의 문화는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은 좁고 깊은데 반해, 미국 사람들의 경우는 넓고 얕은 경향이 있다. 또한 타인에 대한 개방성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는 인맥필터링이 필요 없을까? 마이스페이스의 주류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10대들이 20대를 넘어서도 계속 마이스페이스를 사용하게 될까? 어떤 방식이든 인맥에 대한 필터링이 일어나는 것이라면, 그것이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마이스페이스 열풍을 이야기할 때 한가지 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지금이 바로 미국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시기라는 사실이다. AOL이 이제야 사업구조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은 우리나라의 천리안이나 하이텔이 겪었던 문제를 이제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 2002년에 초고속통신망이 보급되고 인터넷 인구가 급격하게 확대되는 시점에 우리나라에서는 골드뱅크가 상한가를 치고 있었고 아이러브스쿨이 몇 달 만에 600만명을 넘어서는 일이 있었다. 무료홈페이지를 제공하는 수많은 업체들이 있었고 그들 중엔 상당한 트래픽을 모았던 회사도 있다. 사후에야 하는 이야기이지만 인터넷 성장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서비스들 중 그 이후까지 살아남은 것은 불과 몇 개에 불과하다. 성장기에 재미있던 서비스가 인터넷 문화가 성숙해진 후에도 계속 재미있는 서비스로 남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마이스페이스의 미래가 어둡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감히 서비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마이스페이스가 안정적인 인맥 플랫폼으로 자리잡기에는 불안한 요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인스턴트한 만남이라도 사회적 관계망이란 것이 안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마이스페이스를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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