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정부는 이참에 실명제 해야한다는 걸 내심 작정한 모양이고, 꽤 많은 네티즌들은, 일부 설문조사에서 60%가 넘을 정도로 꽤나 헤깔리는 모양이고, 애초부터 인터넷은 익명과 더 가깝다는 철학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반대하는 모양이다. (물론 이중엔 인터넷의 익명성 문제 때문에 판단을 유보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내가 보기엔...
1. 실명제 공간에서 민주주의 이상없다.
1. 열린 공간으로서의 인터넷, 민주주의와 관련된 측면에서라면 실명제를 별로 걱정할 것 없다. 익명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실명제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은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의 발언이 위축되거나 혹은 인터넷으로 확장된 민주주의가 축소될 것이라는 염려이다. 그러나 이미 사람들이 내놓고 발언하는 것은 대세이고 뒤로 돌릴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을 실명으로 바꾼다고 뒤로 물러나지는 않는다. 어쩌면 사소한 일들에 대한 리플이나 의견표현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촛불시위나 탄핵과 같은 사안에 커다란 대해서도 사람들이 실명 쓰기를 두려워할까? 더구나 실명 발언이 천명이 되고 만명이 되면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짐으로써 사실상 익명이 되는 효과를 갖는다. 즉 원칙적으로는 검열하고 압력을 넣을 수 있지만 너무 많기 때문에 검열거나 압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 그럴 경우 정부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리플은 거의 실시간 서명운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런 큰 사건을 통해 실명발언이 하나의 문화가 되면 그것은 점점 더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2002년 대선 전, 한나라당 앞에서 명함으로 도배를 하던 노사모를 보자. 실명을 까놓고 대드는 것이 얼마나 위력적 것인가를...
정부는 실명제를 통해 세상을 조금 조용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여기서 조용하게란 이중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정부에 대한 시끄러운 목소리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기적으로 폭발하는 인터넷의 '이슈'들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실명제를 실시하든 안하든, 정부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거의 실시간 실명 서명운동이 진행됨으로써 정부는 더더욱 곤혹스러워질 수도 있다. 실명 비판한 사람들을 일일이 추적해서 압력을 가한다고?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는 날에는 압력을 가한 자들-특히나 실무자들의 목아지가 달아날텐데?
더구나 사람들이 실명을 걸고 리플을 썼을 때, 이 때 싸움은 물러설 수 없는 것이 된다. 가명이나 익명은 사람들에게 치고 빠지게 만들 수 있지만, 실명은 그 사람의 현실공간에서의 정체성과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에 '비겁함'을 용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때 벌어지는 싸움은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과격하고 파괴적인 형태의 싸움이 될 것이다.
과연 정부는 이 압력을 버틸 수 있을까?
사생활 노출/침해 - 실명제 실시 때 예상되는 진짜 문제
그러나 실명제로 벌어질 진짜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악의적인 개인 혹은 놀이감을 찾는 개인, 집단에 의해 생겨나게 될 피해자들의 범위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개똥녀 사건이나 X-File 사건은 익명과는 별 상관없는 일이다. 그것은 인터넷이라는 지구적 범위의 네트워크가 그런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익명을 실명으로 바꾼다고 그런 사건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앞으로 실명제 도입에 따른 사생활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논리가 법적으로 성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에서 실명제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실명제가 제기하는 다른 문제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실명제를 둘러싼 논쟁은 우리 자신에게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고 생각한다. 이전까지 민주주의 혹은 사회정의를 둘러싼 논쟁과 싸움은 대부분 '부도덕하고 폭력적인 정부 vs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구도였다. 그러나 이미 한국사회의 인터넷 민주주의는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고 정권까지도 변화시켰다. 문제가 드러난 관공서는 폭격을 맞고 잘못을 저지른 책임자는 과도하리만큼 심한 개인적 피해를 감수해야한다. 과도하게 표현하자면, 정부에 대한 감시권은 서서히 시민들에게 이전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이제 이 사회 구성원들 내부의 문제로 돌아온다. 사생활침해 문제나 온라인 폭력문제를 실명제로 풀 수 없는 것이라면, 결국은 이 공동체 내부 구성원들의 평균적인 윤리의식의 문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수많은 폭력과 부정과 비리의 이유들이 국가와 정부로 귀결되었으나, 이제는 개인을 괴롭히는 수많은 이유들 중 많은 부분이 바로 다른 개인들, 즉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 평균적인 윤리의식이 바뀌기 전에는 사회는 더 이상 바뀌지 않는다.
싸움의 지형이 변화되었고 변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국가와 정부, 체제를 둘러싼 싸움에서 이제 서서히 우리 공동체 내부의 평균적인 의식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윤리의식이 도마 위에 올라야 한다는 말이다. 나를 포함해서....
퍼가겠습니다...
- 비욘드 2005-07-12 11:51
분명히 실명이 밝혀진 IP에 대해 해킹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겠군요.
그와 같은 시도로부터 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력이란 존재하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컴퓨터를 잘 몰라서 엉뚱한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 1. '개인에 대한 익명의 폭력도 익명이기 때문에 보호받을 수 있다'로 정리해도 되겠지요...글에 대해서 공감하는데 잘못 정리했다면 난감...( --)
2. 평균적인 윤리의식에 대한 지적 역시 옳습니다. ^^- 얌얌 2005-07-12 13:21
실명제를 하면 사생활 침해가 된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람의 실명도 공개될 테고, 그럼 잡아서 처벌하면 되지 않을까요?
- 역사퇴보 2005-07-12 13:29
심각한 사생활 문제 맞습니다. 일반 신문에 댓글다는 것이야 뭔 큰 문제겠나마는, 특정성향의 카페에서 실명밝혔다간 off-line에서 사고나지요.
가장 좋은 사례로 추심원카페 와 신불자카페 실명 가능하리라 봅니까? - 꽃반지끼고 2005-07-12 14:36
그래도 정말 오늘 올라온 악플만 봐도 실명제 찬성하고 싶어집니다 악플만 없애는 방법 없나요???
- 브라이언 2005-07-13 11:18
인터넷 실명제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발상인지 아래 글을 보세요.
http://agorabbs1.media.daum.net/griffin/do/debate/read?bbsId=D110&articleId=55601&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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