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정말 보수화 되고 있는가?

오마이뉴스 민경배씨의 칼럼. 민경배씨가 '착시' 현상이라고 부르는 표면적인 현상인데, 민경배씨의 글을 보고 몇가지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먼저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어온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1) 1999년 ~ 2001년 : 인터넷 유입기
- 인터넷의 급격한 보급에 따른 인터넷으로의 인구 유입 과정
- 젊은 층이 대거 유입

* 이때는 게시판 문화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사람들은 카페, 동호회 등 수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통한 새로운 만남을 즐겼다.
*  특히 8-90년대 출렁이던 사회분위기를 경험한 세대들이 인터넷을 현실공간에서 다 하지 못하는 주장 및 토론의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거 유입한다.


2) 2002년  : 인터넷 문화의 폭발기
- 2001년 말부터 2002년 초까지 노사모의 등장
- 2002년 월드컵 축제
- 2002년 촛불시위
- 2002년 대선

*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2002년 인터넷은 그야말로 화산과 같은 폭발을 했다. 일종의 인터넷 빅뱅이다.


3) 2003년 초반 : 보수층의 인터넷 유입
- 2003년 초반 시청10만 집회 등을 통한 보수층의 결집과 인터넷으로의 진입

* 혹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003년 초에는 촛불시위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청에서 10만명 규모의 우익 단체들의 집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조갑제씨가 '광화문과 사이버를 장악하라!'는 슬로건을 제시했고, 그 이후로 인터넷 댓글에서, 특히 오마이뉴스와 서프라이즈 등 소위 개혁적 성향의 사이트 댓글에서 갑자기 수준 낮은 글의 '도배'가 늘어났다. 이것은 우익 단체의 영향을 받은 아마도 4-50대 어르신들이 인터넷에 처음 들어왔는데 할 줄 아는 것이 Copy-Paste라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똑같은 글을 계속 댓글로 복사하고 다닌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리고 그 이후로 게시판에 글을 쓰는 등 댓글 복사보다 한단계 높은 활동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인터넷에 보수적인 주장들이 어느 정도 체계성을 갖추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인터넷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4-50대의 어르신들, 특히 전직 군인 등과 같은 분들이 인터넷에 처음 접근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4) 2003년 중반 ~ 현재 : 인터넷의 일상화
- 블로그 문화의 확산과 게시판 문화의 상대적 활동 저하
- 카페 등 동호회 활동의 일상화 및 정체
- 싸이 같은 생활 이야기를 담는 공간의 확산
- 보수 색깔의 사이트들의 안착화
- 50대 인터넷 활동인구의 증가

* 글 좀 쓰는 친구들은 블로그로 이동하고 서프라이즈 등 몇몇개의 사이트가 분화하면서 구심점 역할을 하던 공간이 사라진다.
* 카페, 게시판 등의 취미와 관심사에 따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던 동호회활동은 한 측면에서는 이미 마음에 맞는 사람들의 그룹을 구해서,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신기한 체험이 아니어서 점차 일상화되고 평범해진다. 인터넷을 써오던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이제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일상이다. 초창기 인터넷에 열광하던 사람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한 신기한 경험들을 몇번씩 해왔고, 게시판이 뒤집어지거나 사이트가 뒤집어지는 광경도 두어번은 봤기 때문에 더 이상 인터넷이란 공간이 신기하지 않다. 2002년이 빅뱅기인 만큼 뜨거웠다면 이제는 일상적인 온도의 공간이 된다.
* 그러나 새로 유입된 어르신들에게 인터넷은 여전히 새롭고 신기한 공간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올리고 내 글에 달린 댓글을 보고 신기해하는 새로운 체험을 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분들이 더 적극적이고 많이 참여하고 발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인터넷 '보수의 대반격'이라는 표현은 대단히 표피적인 분석이다. 대한민국 인구 중에 인터넷 사용자수 3천만명이면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에 들어왔다는 이야기이고, 이것은 인터넷의 인구학적 구성비가 10-40대의 젊은 층이 아니라, 4-50대까지 넓어졌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만큼 인터넷이 현실공간과 비슷해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보자면 '인터넷의 보수화'는 충분히 오해의 여지가 있다. 인터넷의 보수화라기보다는 '인터넷의 일상화'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래서 현실에 존재하는 만큼 보수적인 색깔도 드러나고 현실에 존재하는 만큼의 개혁적인 색깔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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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8 13:27 2006/06/0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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