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인터넷 실명제법 발의...'전면전' 예고

작년부터 꾸준히 거론되어 오던 인터넷 실명제가 드디어 발의가 되는군요.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실명제를 추진하면서 실명제로 인한 폐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상당히 관대하다는 겁니다. 아직까지도 주민등록번호 노출 문제는 관공서에서 제일 많이 터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최근에 주민등록 도용 방치 혐의로 엔씨소프트 임원이 입건되었다는 소식이 있긴 하지만, 아마도 솜방망이 처벌하고 끝날 겁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업체에서 공공연하게 아이템판매를 부추기기 위해 주민등록 도용을 방치했다는 얘기들이 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더구나 정부기관ㄴ인 관공서에서 터지는 주민증록증 노출 문제는 제대로 처벌된 적도 없고요. 이런걸 먼저 잡고 나서야 실명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것 아닌가요? 현재 상태로라면 실명제는 전혀 안전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안전장치를 만들자고 실명제를 도입하는데 그 장치가 안전하지 않으면 어쩌자는 것인지? 인터넷 실명제는 대책없는 탁상공론의 전형입니다. 문제가 있긴 있는데, 가장 쉬운 방법으로 뗌빵하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실명제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별로 안전장치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명제의 문제는 실명제가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겁니다. 하나씩 짚어볼께요.

인터넷의 익명성이 만들어내는 문제라고 지적되는 것들은 대략 다음과 같이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1) (장난, 악의 혹은 실수에 의한) 잘못된 정보의 유통
- 예를 들자면 월드컵 경기 500만 서명이면 재경기한다는 등의 낭설들

2) 명예훼손, 욕설 과 같은 인신공격
- 이건 뭐 예가 필요없겠죠.

3) ‘과도한’ 집단 공격 : 수천개, 수만개의 글, 댓글을 통한 공격.
- 역시 예가 필요없죠. 이에 대해선 '인터넷 마녀사냥'이라는 비판도 종종 있었지요.

4) 사생활 침해
- 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아 구체적인 사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을 볼 정도의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건일 겁니다.

5) 피공격자의 '대응 불능' 문제 : 공격이 진행되는 시점 동안, 피공격자는 대응할 여지를 갖지 못한다 등등..
- 이 부분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지만 꽤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실 많은 경우 몇번의 진실한 대응이면 크게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도 공격 대상자들이 대응할 수 없는 여건에 놓여있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공격에 방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나씩 따져보자면...

1) 첫번째, 두번째는 반드시 익명 때문은 아니지만 익명에 의해서 조장되는 것은 분명한 사안입니다. 누군가 익명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또 누군가 그것을 퍼나르고 그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행동하게 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지요. 그런데 실명제를 한다고 이것이 확 줄어들까요? 사실 저는 좀 의문입니다. 인터넷 전체를 실명화하지 않는 한, 소문 커뮤니케이션이가지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맹점 때문에 그럴싸한 이야기에 속거나 혹은 '월드컵 500만 재경기'처럼 자신의 바람대로 속는 사람은 늘상 있게 마련입니다. 명예훼손이나 욕설 역시 실명제를 하면 줄어들겠지만 역시 인터넷 전체가 실명이 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2) 세번째의 경우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과도한 집단공격은 익명성 때문에 심해지기는 하지만, 익명성이 과도한 집단공격을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에서 벌어지는 집단공격은 실명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판하는 이들이 비판대상에 충분한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될때, 혹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정당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형성이 될 때 '실명'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더더욱 커집니다. 즉 과도한 집단공격은 실명제로도 해결이 안된다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저는 "군중화에 의한 익명화"라고 명명합니다. 즉 사람들이 다수가 모여있으면, 그 개개인들을 식별할 수 있다고 해도 사실상 익명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참여가 쉬운 인터넷에서는 이런 효과가 더욱 커지지요.

3) 네번째의 경우는 더더욱이나 실명제와 거리가 멉니다. 물론 익명성이 사생활침해에 대한 개인의 표출을 더 쉽게 만들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실명제와는 무관합니다. 오히려 이것은 네트워크론에서 이야기하는 "Small World" 메커니즘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좁아졌고, 이제는 여럿이 모이면 사진 한장으로도 그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아졌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이 문제는 네트워크가 촘촘해지고 조밀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 익명성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인터넷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사는 한국사회는 이전의 '국가 단위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에서 '마을 단위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4) 다섯번째의 경우는 더더욱 익명성과 무관하지요. 대부분의 집단행동에 대해 그 행동의 대상자는 무기력합니다. 이것은 여러가지 이유 때문인데, 몇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하나는 사건의 진행을 모르고 있을 경우, (이런 경우 많이 있죠)
(2) 두번째는 사건의 진행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3) 세번째는 알고는 있으나 인터넷을 몰라 대응할 방법을 모르는 경우.
(4) 네번째는 본인이 양심상의 이유나 명백한 증거 때문에 대응을 포기했을 경우
(5) 다섯번째는 너무나 갑작스런 대응에 놀라 미처 대응할 생각을 하지 못할 경우. (즉 이런 사건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대응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경우 - 많은 경우가 이런 경우이겠죠)

이외에도 몇가지 사례가 있겠지만, 이런 당사자의 대응의 무기력함-당사자의 책임 때문이 아니라 개인이 대응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많은 양의 공격 때문에-은 종종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많지는 않겠지만 어떤 경우는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말 몇마디가 사태를 가라앉힐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답답한건, 이렇게 다양한 인터넷의 문제들을 정부는 모두 '실명제'라는 것 하나에 촛점을 맞추고 대책없는 방안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어떤 문제가 어떤 이유 때문에 생겨나는지, 그 메카니즘에 대한 분석 정도는 있어야할텐데 말입니다.

솔직히...

''임수경씨 악플'' 단 사람들, 교수·은행원등 고학력층

이런 사실이나

[팔면봉] 인터넷댓글 제일 활발한 연령대는 50대

이런 사실,

인터넷 '수퍼 댓글족'이 여론 흐름 입맛대로 조종

이런 사실도 최근에야 안 것 아닙니까?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어떤 것인지, 현상은 어떻게 나타나고, 그 현상을 만들어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아무런 분석도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지 공무원들과 정부관료들의 무식함만을 탓하는 방법 외엔 없는 건가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6/07/03 09:05 2006/07/03 09:05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blocho.com/rss/response/36

트랙백 주소 :: http://blocho.com/trackback/36

트랙백 RSS :: http://blocho.com/rss/trackback/36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댓글 RSS 주소 : http://blocho.com/rss/comment/36